2009년 2월 11일 수요일

전통 주도와 현대 주도

 

전통주도의 요체는 정성을 다하는 예의를 갖추는 것이며 반드시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인간관계를 중시하며 적대적이 아니라 화목하는 것이었다.

전통주도로서 세종대왕이 육례(六禮)중 음주에 관한 예를 가르친 향음주례에서 그 정수를 볼 수 있다. 향음주례의 정신은 첫째 의복을 단정하게 입고 끝까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말 것, 둘째 음식을 정결하게 요리하고 그릇을 깨끗이 할 것, 셋째 행동이 분명하며 활발하게 걷고 의젓하게 서고, 분명히 말하고 조용한 절도가 있을 것, 넷째 존경하거나, 사양하거나, 감사할때마다 즉시 행동으로 표현하여 절을 하거나 말을 할 것 등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지침들이 있다.


● 이르는 데마다 절하고 잔이나 손을 씻을 때마다 절하고 받을 때마다 절하고 줄때마다 절하고 끝날때마다 절하여 지극한 정성을 나타낸다.
● 사람이 모여 앉는데는 위 아래가 있는바 자리가 남향과 동향일때는 오른쪽이 상석이고 북향과 서향일 때는 북쪽이 상석이다.
● 주인과 손님이 절을 함에는 벼슬이나 학식에 관계없이 공경하는 사람이 먼저 절하고 서로 존경할 때에는 같이 절한다.
● 술과 음식을 반제(飯祭)하는 것은 천지신명께 감사드리는 것이다.
● 물(현주(玄酒))을 청주와 같이 비치하는 것은 근본을 귀중하게 여김이다.
● 술잔 하나로 모든사람이 차례로 술을 먹게 하는 것은 화합을 이루기 위함이다.
● 술을 자기가 먼저 먹고 남에게 권하는 것은 술을 취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요 자기는 먹지않고 남에게만 권하는 것은 벌주에 지나지 않는다.
● 술자리에서 어른이 일어나 나가면 모두 따라서 돌아가는 것이 예법인 바 지루하고 난잡함을 방지함이다.
● 말할 때 가진 물건을 내려놓고 일어서서 말하는 것은 공경함이다.

이외에도 전통주도에는 여러 가지 삼가할 일을 두고 있으나 어느것이든 술을 탐하여 취하도록 마셔 예의와 품위와 건강을 잃을 것을 경계하는 것이고 술을 마시는 일은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는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이 기본인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인에게 주도란 어떤 것 이어야 할까?

결론을 말한다면 현대인의 생활습관에 맞게 하되 상식선에서 예의와 건강과 인간관계를 해치지 않으며 상대방을 생각해주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다면 좋을 것이다.

다음의 몇가지 현대의 바람직한 주법에 대하여 적어본다.


- 술과 음식은 너무 걸게 하지 말고 주석에 인원과 주량을 참작하여 알맞게 종류와 양을 준비한다.
- 음식물은 자기의 접시에다 덜어 먹도록 준비하고 국물이 있는 안주도 덜어 먹을수 있도록 한다.
- 술잔은 전통주법에 따라 돌려도 되나 깨끗한 물에 잔을 씻어서 돌린다. 옛주법으로는 반드시 잔에 술을 채워 돌렸으나 요즘은 빈잔을 돌리는데 익숙하므로 그대로 하여도 좋을 것이다.
- 술좌석에서 잔을 돌리되(순배) 세 순배이상은 하지않는 것이 좋다. 이는 술에 약한 사람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양으로서, 부담을 주지 않는다.
- 순배시에도 술을 마시지 않을 사람은 하례하기만 하고 다음사람에게 잔을 돌린다.
- 빈잔은 당자의 의사를 물어 가까이 있는 사람이 채워준다.
- 술좌석은 반드시 공개하고 자식이나 제자들에게 술시중을 들게하여 술먹는 법도를 가르친다.
- 대접받았을 때는 적당한 시간여유를 두어 갖는 것이 좋으나 2차,3차는 경박한 풍조이다.
- 술자리는 좌중의 가장 윗사람이 일어나면 모두 자리를 파하여 돌아간다.
- 술자리가 파할 때 술자리에 대한 답례인사는 그 다음날 하는 것이 옳다.
- 술자리에 아는 사람이 오면 반드시 술을 한잔 권한다.
- 술자리의 상석은 문에서 안쪽, 자리중 중앙으로 하고 원칙적으로 편안한 자리가 상석이며 자리배정은 초청자 또는 좌장이 자리를 정하여 준다.
- 술과 함께 깨끗한 물을 준비하여 술잔을 씻을 수 있도록 한다.
- 말할 때는 술잔이나 가진 물건을 놓고 말한다.
- 우리나라에는 일본과 같은 첨잔의 풍속이 없다. 잔을 비우기까지 첨잔은 하지 않는다.
- 어른과 함께 한 주석에서는 "어른이 고개돌리지 말고 마셔라"는 말이 없을 때는 고개를 약간 모로하여 마신다.


■ 주도유단(酒道有段)


조지훈(趙芝薰)
술을 마시면 누구나 다 기고만장(氣高萬丈)하여 영웅호걸이 되고 위인현사(偉人賢士)도 안중에 없는 법이다. 그래서 주정만 하면 다 주정이 되는 줄 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주정을 보고 그사람의 인품과 직업은 물론 그 사람의 주력(酒歷)과 주력(酒力)을 당장 알아낼 수 있다. 주정도 교양이다. 많이 안다고 해서 다 교양이 높은 것이 아니듯이 많이 마시고 많이 떠드는 것만으로 주격은 높아지지 않는다. 주도에도 엄연히 단(段)이 있다는 말이다.

첫 째 술을 마신 연륜이 문제요,
둘 째 같이 술을 마신 친구가 문제요,
셋 째는 마신 기회가 문제며,
넷 째 술을 마신 동기,
다섯 째 술버릇,
이런 것을 종합해 보면 그 단의 높이가 어떤 것인가를 알수 있다.

음주에는 무릇18의 계단이 있다.


- 부주(不酒)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먹는 사람
- 외주(畏酒)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 민주(憫酒)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 은주(隱酒)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 상주(商酒) 마실 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잇속이 있을때만 술을 내는 사람
- 색주(色酒) 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 반주(飯酒) 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
- 학주(學酒) 술의 眞境을 배우는 사람(酒卒)
- 수주(睡酒) 잠이 안와서 술을 먹는 사람
- 애주(愛酒) 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
- 기주(嗜酒) 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酒客)
- 탐주(耽酒) 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酒境)
- 폭주(暴酒) 주도(酒道)를 수련(修練)하는 사람
- 장주(長酒) 주도 삼매(三昧)에 든 사람(酒仙)
- 석주(惜酒)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酒賢)
- 낙주(樂酒)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酒聖)
- 관주(觀酒) 술을 보고 즐거워 하되 이미 마실 수는 없는 사람(酒宗)
- 폐주(廢酒) 열반주(涅槃酒),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부주, 외주, 민주, 은주는 술의 진경, 진미를 모르는 사람들이요 상주, 색주, 수주, 반주는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이니 술의 진체(眞諦)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학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 초급을 주고, 주졸(酒卒)이란 칭호를 줄 수 있다. 반주는 2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부주가 9급이니 그 이하는 척주(斥酒), 반(反)주당들이다. 대주, 기주, 탐주, 폭주는 술의 진미, 진경을 통달한 사람이요, 장주, 석주, 낙주, 관주는 술의 진미를 체득하고 다시 한번 넘어서 任運目適하는 사람들이다. 애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의 초단을 주고, 주도(酒徒)란 칭호를 줄 수 있다. 기주가 2단이요, 차례로 올라가서 열반주가 9단으로 명인급이다. 그 이상은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니 단을 매길 수 없다. 그러나 주도의 단은 때와 곳에 따라, 그 질량의 조건에 따라 비약이 심하고 강등이 심하다. 다만 이 대강령만은 확고한 것이니 유단의 실력을 얻자면 수업료가 기백만금이 들것이요, 수행년한이 또한 기십 년이 필요할 것이다.(단 천재는 차한에 부재이다.)

출처 : http://www.koreansoo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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