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단고기(桓檀古記)'라는 책에 대해 들어 보신 적이 있나요? 이 책에서는 우리의 역사가 반만년이 아닌, 일만년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역사의 출발을 기원전 2333년이 아닌, 기원전 3898년의 신시개천 시대, 그 이전의 기원전 7197년의 한국시대를 우리 역사의 출발점이라 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서기 2000년은 한기 9197년이 되는 것입니다. 일만년에 가까운 역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단고기는 아직 역사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겠죠. 그럴 겁니다. 감히 우리의 역사를 기원전 7197년까지 끌어 올리려 하다니... 수십 년을 억압받아 온 민족교육이 어찌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역사가 전공이 아닌 제가 감히 역사에 대해 말을 한다는 것이 건방지다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땐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집트나 잉카 같은 고대 문명은 기원전 6천년, 7천년에 이러 이러한 일을 해냈다고 놀라워 하면서, 우리 민족이 기원전 7197년에 한국시대를 열었다는 건 왜 받아 들일 수 없는 일인지... 한단고기의 내용을 모두 소개할 수는 없지만 처음 부분과 뒤쪽에 부록으로 있는 역대표를 여기에 올리려 합니다. 아직 읽어 보지 못하셨다면 권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많이 놀라실 겁니다. 꼭 읽어 보세요. |
1. 한단고기 표지에 있는 글
桓은 하늘이란 뜻이 담긴「한」으로 읽어야 한다. 고어에 "하늘을 桓이라 한다(天曰桓)"고 했고, <조대기>에 이르기를 "옛적에 桓因이 계셨나니 하늘에서 내려 오시사 천산에 사시면서..." 했으니, 桓因은 곧 우리민족 고유의 영원한 신칭(神稱)인 하느님이다. 민족사의 출발점을 하느님 나라로 인식하는 자음(字音)만을 고집해서「환」이라 읽는 것은 잘못이다. 역사의 문헌에 새겨진 민족의 신앙적 뿌리를 음미해 볼 일이다.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배달」이란 말은 어원은 「밝달」(밝땅), 곧 밝은 땅이다. 박달나무 檀자의 훈(訓)을 빌어「밝달」을 표시했으니, 바로「檀君」으로써 국조의 이름을 삼은 까닭이 이것이다. 우리들의 할아버지, 피의 아버지들이 비로소 문명의 씨를 뿌리고 세상을 열어 두루 밝히었던 땅은 한반도 좁은 땅덩어리가 아니라 시베리아 벌판에서 양쯔강에 이르는 광대한 대륙이었음을 증언하는 역사의 목소리에 옷깃을 여미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직도「반만년 역사」만을 되뇌이며, 동강난 역사, 앞머리가 잘려나가고 없는 역사를 잘못 배우고 잘못 가르칠 것인가? 우리민족사의 참 시발점은 기원전 2333년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오래 전, 한웅의 신시시대 1565년이, 또한 그보다 훨씬 오래 전, 한인의 한국시대 3301년이있었으니, 기원전 7197년이야말로 우리 역사의 참 기원임을 기록은 웅변한다. 우리민족의 드높은 긍지와 거대한 저력은 실로 일만년 유구한 역사의 유산인 것이다. 비운의 근대사 속에서 잊혀지고 말살되고 왜곡되었던 우리 민족의 참역사를 어디서 되찾을 것인가. <삼국유사>, <삼국사기>로는 결코 유구장대한 민족사를 대신할 수 없다. 아득한 상고시대로부터 고려말엽까지의 정치, 철학, 제도, 그리고 문화가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는 <한단고기> 속에서 이제야 민족의 참역사를 마주한다. 기자조선·위만조선·한사군·임나 따위가 조작된 허위 사실임을 깨닫고 민족정신을 되새기게 하는 가슴 뭉클한 충격이 여기에 있다.
- 한단고기 표지에서 -
2. 한단고기 해제
이 한단고기는 이 땅이 식민시대로 접어든 후인 1911년에 계연수(桂延壽)라는 분에 의해서 편찬되었다. 그 내용은 삼성기와 단군세기, 북부여기 그리고 태백일사의 4종 사서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삼성기는 신라의 승려인 안함로와 행적이 확실치 않은 원동중이 쓴 것을 각각 상권과 하권으로 구분하여 합친 것이니, 한인·한웅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는 우리 민족의 시발인 한국시대의 한인으로부터 7세 단인까지 3301년의 역사와 신시시대의 한웅으로부터 18세 단웅까지 1565년의 역사를 압축한 것이다. 하권엔 신시역대기가 덧붙여 있다. 단군세기는 고려시대에 살았던 행촌선생 이암 문정공이 전한 책으로, 아사달에 도읍하여 조선이라는 나라 이름을 사용한 단군님들의 이야기를 싣고 있다. 1세 단군 왕검으로부터 47세 단군 고열가까지 2096년 동안 각 단군의 재위 기간에 있었던 주요 사건들을 편년체로 기록했다. 북부여기는 고려말에 학자인 범장이 전한 책이다. 국사책에서의 고구려 건국연대는 B.C 37년으로 되어 있으나, 실상 고구려의 건국연대는 이보다 두 갑자(120년) 내지는 세 갑자(180년)가 앞선 것으로 생각되는데, 몇가지 기록상의 공통점 등으로 보아 이 북부여기가 바로 고구려의 전신을 말하고 잇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상권·하권·가섭원부여기로 구성되는데, 시조 해모수로부터 6세 고무서까지의 204년과 가섭원부여 108년의 역사이다. 태백일사는 연산군과 중종 때의 학자이 이맥이 전한 책으로, 이 한단고기의 압권을 이루는 부분이니, 한국(桓國)·신시시대(神市時代)로부터 고려에 이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여기엔 삼신오제본기·한국본기·신시본기·삼한관경본기·소도경전본훈·고구려국본기·대진국본기·고려본기가 포함되어 있는데, 삼한관경본훈엔 마한세가 상·하와 번한세가 상·하가 담겨있다. 특히 소도경전본훈은 천부경과 삼일신고를 실어, 우리 민족의 정통적 종교와 철학 및 문자를 소개하고 잇다는 점에서 중요시 된다. 이 한단고기는 고대 우리나라의 역사를 중심으로 신앙·풍습·정치·경제·철학·교육·지리·예술 등에 관한 풍부한 자료가 담겨져 있으며, 조국에 대해서도 수많은 생각해봐야 될 점을 제시하고 있다. 일례를 들면 주체의식의 입장에서 볼 때, 늘 우리의 귀에 익어온 발해라는 이름도 본명이 대진국(大震國)으로 돌아가야 될 것이다. 왜냐하면 발해라 함은 남이 부르던 이름일 뿐, 사실은 대진국임을 한단고기는 입증하고 있음이다. 한 가지 더 예로 들면, 우리는 우리의 임금을 왕이라고 말해왔다. 그 왕이라는 칭호는 제후들에게나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라. 한단고기의 어디에 왕의 칭호가 있는가? 엄연히 고려시대까지 내내 칭제건원(稱帝建元)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실상 이 책을 읽는 독자들 가운데 적지 않은 분들은 이미 우리 조국의 고대사가 대륙의 역사임을 어렴풋이나마 상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내용의 허구를 의심할 것이다. 이는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그간 우리가 배워왔던 국사와는 너무나 엄청난 차이를 이 한단고기는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삼국시대가 최초의 국가 형태를 갖춘 고대국가라고 간주했던 식민시대의 학설에 반해, 그 이전에 이미 찬란한 한인·한웅·단군시대의 문화를 창조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한단고기이며, 또 그 역사의 주도가 매우 주체성 있는 강국의 면모를 갖추고 이루어지고 있었던 거이다. 필자는 이 책을 번역해 가면서 평소에 주장해 왔던 바, 한반도만이 우리의 강역이라는 반도사관과 스스로 강국임을 포기하고 주체성을 상실한 식민사관의 말살을 염두에 두고, 그 내용의 예증에 최대의 역점을 두었다. 그 어느 책보다도 많이 읽혀져야 할 이러한 책이 왜 그토록 묻혀 있었던가 하는 의문은, 역시 우리의 사가들이 젖어 있었던 반도사관과 식민사관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이 책에 포함된 일부의 사서에서도 인습에 젖어 있던 그간의 역사의식을 발견할 수 있으니, 잘못된 역사관의 해독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결코 이 한단고기를 근거가 불확실하다든가, 신빙성이 없다든가, 편찬자들의 학문적 업적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내팽개칠 수는 없다. 그러한 선입감 자체도 논리적 근거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이 책에 실린 내용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도 이 책은 한국인에게 중시되어야 하고, 연구의 대상이 되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반만년의 역사를 들먹이며 문화민족임을 자랑하는 우리가 제대로 된 상고사 하나 변변하게 전해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또는 고려사만이 우리의 역사책일 리가 없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분명히 숱한 역사책을 편찬했고 전해왔다. 그것들을 온전히 전하지 못했던 것은 또다른 못난 조상의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한단고기는 그렇게 사장되어 온 일부의 사서들을 모은 책이다. 자국의 역사에 대해 긍지를 갖고, 그것을 자랑하며, 그 일을 되새기고자 하는 것이, 또 이를 통해 민족 정기를 부추기고자 하는 것은 하등 부끄러울 일이 아니다. 이제 이 책, 한단고기 한 권을 읽어 마칠 때쯤에는 우리의 참된 역사와 전통, 하느님 나라 백성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맥박이 고동칠 것 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번역 및 주해자 임승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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